
낮에 뜨는 달 -백대승
가을이 손짓한다.
바람이 단풍처럼 노래하고
밝은 눈도
가을의 자태에 눈이 멀어
마음으로 보듬어
어여쁘게 살핀다.
낮에 뜨는 저 달처럼
아파트 배란다에 방긋 웃는 해바라기 햇볕이 찾아 와 있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의 하늘인데 점점 가을이 짙어져 가서 일까?
창가에 흐르는 기분 좋은 내음이 나를 밖으로 인도 했다
냄새를 잘 맡지는 못하지만 가을을 물들이는 몸짓은 느껴오는 듯 했다
몇 그루 남지 않은 과수원을 지나 휭휭 지나다니는 자동차들을 조심조심 피해
힁허케 무단 횡단을 해 굴 다리 밑을 지나니
저 멀리 우리 집이 소나무 숲 사이로 숨어들었다.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머리가 복잡할 때면 이 길을 걷는다.
차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작은 마을길을 걷고 있자면
무거운 생각들이 길가에 자라난 들풀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디서부터 굴러 길 떠난 돌멩이인지 발걸음에 만나면 한동안 친구가 되기도 해
길동무처럼 즐거운 동행길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어슬렁어슬렁 걷고 있다 보면 차 한 대 겨우 지날 것 같은
길옆에 오동나무가 있는 붉은 양옥집이 있다.
이곳을 지날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여기에 찻집을 하면 그럭저럭 잘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곤 했다.
예쁜 집이고 안에 들어가면 정겨울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오동나무의 열매가 마치 장식을 달아 놓은 것처럼 운치 있기도 하다.
얼마쯤 갔을까, 길가에서 오백원짜리 동전 하나를 주웠다. 운이 좋았다.
기념으로 슈퍼로 가 캔 맥주 하나와 오징어 다리를 사와 길가 버스정류장에 앉아
낮술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동안 그렇게 앉아 있는데 끈 풀려 도망 나온 개가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녔다.
그래서 먹다 남은 오징어를 던져 주었는데 본채 만채 무시하고 그냥 지나가는 것이다.
“배가 부른 개군!”
하고 맥주를 다시 마시다 보니 왠지 저 개 뒷모습이 나처럼 보였다.
저 개도 나처럼 머리가 복잡하고 가을 햇살이 좋아서 나왔을까? 하고 생각했다.
한동안 그 개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예전에 오리구이집에서 본 개가 생각났다.
한쪽 구석 기둥에 매여져 있던 똥개인데
묶여져 있는 것이 답답한지 이리저리 발버둥을 치다가 감기는 쪽으로 계속 도는 것이다
결국 그렇게 돌다보니 나중에는 감길 끈도 없이 기둥에 바짝 붙어 있는 꼴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얼마동안 그렇게 컥컥 거리다가 다시 반대편으로 즐겁게 줄을 풀던 개를 보면서
어쩌면 우리들이 사는 사회속의 나도 저 개처럼
어딘가에 묶여져 계속 한쪽으로만 도는 것은 아닐지 잠시 머리를 기울여 보았다.
그게 사람 사는 삶인지도......
얼마동안 그렇게 있다가 집을 향해 발길을 잡는데 하늘위에 하얀 달이 떠있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것일까? 낮에 뜨는 달이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했다.
보일듯 말듯 언제나 그 자리에 그렇게 있었는데 말이다.
오늘따라 낮에 뜨는 달이 이토록 곱기만 한 것인지 한 동안 바라보았다.
마음의 너울속에 서서 ...........
<모래사막 이야기 -낮에 뜨는 달->
